▷유족들의 의연한 태도에도 숙연해진다. 임 교수의 죽음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신적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유족의 뜻’이라고 밝혔다. 하마터면 정신질환자의 일탈로 귀결될 뻔한 사회적 논의의 방향이 발전적으로 바뀌었다. 조의금은 병원과 학회에 기부해 이들의 치료를 돕는 데 쓰겠다고 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킨 것이다.
▷유족들은 6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감사의 글’을 보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없는 치료와 사회적 지원을 재차 당부했다.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도 ‘감사’를 말할 수 있는 유족들로 인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유족들은 고인에게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주위를 살펴봐 줘서 고마워요. 그 덕분에 우리가 살았어요.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뜻 잊지 않을게요”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함께 살아보자’가 고인의 유지(遺志)였다. 내 자식만 바라보는 부모에게,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버둥대는 우리에게 고인과 유족이 남긴 울림이 메아리처럼 퍼져 나간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