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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대신 ‘공립 전환’ 택한 사립유치원

입력 | 2019-01-07 03:00:00

유치원 3법 반발 서울 유명유치원
‘놀이학교’로 전환 의사 철회하고 매입형 공립유치원 공모 신청
교육청, 신청 51곳중 10곳 선정계획




폐원을 강행하던 서울의 한 유명 사립유치원이 서울시교육청에 ‘공립으로 다시 개원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운영을 포기하려던 사립유치원들이 ‘공립유치원’으로 거듭날지가 주목된다.

6일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송파구의 A유치원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공모에 신청서를 냈다. 매입형 유치원은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A유치원은 유치원을 접고 ‘놀이학교’로 불리는 학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던 곳이다. 놀이학교로 전환하려고 계획했다가 매입형 유치원을 신청한 첫 사례라는 게 교육지원청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A유치원을 포함해 공모에 신청한 51곳 중 10곳을 매입형 유치원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9월에 기존 사립유치원은 폐원 처리되고 새로운 공립유치원이 문을 여는 절차를 밟는다. 기존 유치원 교사는 다른 교사로 바뀌고, 유치원 이름도 변경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까지 매입형 유치원을 최대 40곳 만들 방침이다.

매입형 유치원이 되면 교육청이 설립자에게 60억∼70억 원을 주고 유치원을 사들여 운영을 맡는다. 유치원 한 곳을 신설하려면 3년간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것에 비해 저렴하게 공립유치원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유치원은 지난해 교육지원청에 폐원 상담을 하는 한편으로 재원생 학부모들에게 ‘놀이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유치원 3법’ 개정 등으로 국회와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한 제재와 감독을 강화하려 하자 이를 피하려 ‘간판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학원인 ‘놀이학교’로 전환되면 정부로부터 아동 1인당 월 29만 원의 누리과정 지원금(방과후 포함)을 받지 못해 일반 사립유치원보다 비용이 2, 3배 비싸진다. 학부모 부담은 가중된다.

폐원을 막아 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교육지원청은 A유치원을 수차례 찾아가 폐원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읍소했다. 교육부도 “폐원을 억지로 못 하게 할 순 없지만 그동안 누리과정 지원금을 잘 썼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A유치원 설립자와 원장의 의지는 매우 확고했다.

그러던 A유치원이 폐원 의사를 철회하고 서울시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공모에 신청서를 낸 것이다. A유치원 설립자와 원장을 설득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을 제재하는 분위기 때문에 (설립자와 원장이) 유치원 운영에 회의가 들었다고 하더라”라며 “폐원하겠다고 하니 학부모들의 시선이 달라져 보이는 게 두려워졌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