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고추냉이).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와사비는 고사리, 미나리와 함께 오랫동안 일본에서 자생한 산채다. 흐르는 물이나 샘물에서 자라는 것이 최상품이다. 온도가 낮고 촉촉한 땅에서도 자란다. 잘 큰 와사비는 한 뿌리에 1만 원 정도다. 와사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1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와사비를 즐겼던 그는 자택을 포함한 근교 자생지 외에 외부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17세기가 되어서야 시즈오카현에서 경작됐는데 현재는 와사비 최대 생산지가 됐다.
와사비 수요는 스시와 메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니기리즈시(밥 위에 생선을 얹은 정통 스시)라 부르는 즉석 스시를 처음 개발한 하나야 요헤이(華屋與兵衛·1799∼1858)는 밥이 쉬거나 생선의 부패를 막기 위해 식초로 스시를 만들고 와사비를 첨가했다. 몇 종류에 불가했던 재료는 새우나 전어 등 거의 모든 해산물로 확대되고 아나고(붕장어) 스시는 고가에 거래됐다. 정부가 스시를 사치품이라 여겨 하나야를 포함한 스시 조리사들을 옥에 가두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1868년 메이지유신 시절쯤 스시의 인기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메밀에 와사비를 추가한 시기는 에도 시대(1603∼1867년)부터다. 가다랑어 국물의 비린 맛을 제거하기 위해 무를 쓰곤 했는데 한겨울에는 구할 수 없어 대신 와사비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날 메밀집에서는 무와 와사비 모두를 제공한다.
작가이자 미식가 이케바 세이타로는 와사비를 간장과 섞어 풍미를 느끼지 못할 바에는 재료와 적당량 곁들여 먹는 것을 ‘남자의 매너’라고 말했다. 흰 살 생선은 조금, 붉은 살 생선은 조금 더, 그리고 다랑어에서 지방이 많은 부분(도로)은 충분히라고.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