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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점 터뜨리고 눈물 터진 김선형

입력 | 2019-01-07 03:00:00

잇단 부상 악몽 SK, 10연패 탈출
국내선수 득점 역대 공동 3위… “실망 않고 성원해준 팬들에 감사”
文감독도 “통풍-식도염 겨우 버텨”




프로농구 SK 김선형이 5일 KT와의 연장 접전 끝에 91-90으로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김선형은 3점슛 10개를 포함해 49득점으로 10연패에 빠진 팀의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KBL 제공


‘49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 공동 3위의 맹활약을 펼친 SK 김선형(31)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안방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91-90으로 승리해 10연패 악몽에서 벗어난 뒤였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선형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렇게까지 지는데도 찾아와 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게 가슴이 벅찼다. 우승했을 때와는 다른 감동이었고, 죄송한 마음과 안도하는 마음이 겹치면서 나온 눈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가 간절했다.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터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김선형의 49득점은 역대 KBL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 3위인 김영만(당시 기아)과 타이 기록이다.

마음고생을 함께한 문경은 SK 감독(48)은 6일 전화 통화에서 “(김선형은) 주장이고 팀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연패 탈출이 절실했을 것이다. 자기 역할을 잘하면서 연패를 탈출해 감정이 북받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연패 탈출 뒤 역시 눈시울을 붉혔던 문 감독은 “잠을 잘 못 잤다. 몸도 많이 안 좋아져서 약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기를 통해 넘어오는 문 감독의 목소리에서는 연패 탈출의 안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연패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평소 앓던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통풍으로도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직 수치상으로는 많이 어렵다. 빠른 시일 내에 팀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2017∼2018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 SK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성적이 수직 하락했다. 우승팀이 이렇게 망가진 전례가 없었다. 시즌 초반 최준용이 발가락 골절로 나서지 못했고 김민수가 허리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에런 헤인즈와 그의 대체 용병 듀안 섬머스가 부상으로 이탈해 지난해 말 아이반 아스카가 새로 합류했다. 연패를 끊은 5일 경기에서도 안영준이 오른쪽 발목이 접질렸다.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지 5경기 만에 또다시 안타까운 부상이었다. 순위는 10개 팀 중 10승 21패로 9위. 전술 부재가 아닌 선수 부상이 이어지며 나타난 성적부진이지만 감독으로선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역류성 식도염과 통풍은 이런 스트레스의 결과였다.

문 감독은 “선수들이 넘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이번 시즌처럼 선수들 부상이 많을 때가 없었다. 그것도 2∼3주 정도가 아니라 수술로 이어지는 부상이 많아 답답하고 화도 많이 난다. 매번 새로운 용병과 호흡을 다시 맞춰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SK는 어렵게 연패를 끊었지만 난관이 남았다. SK는 이번 시즌 ‘절대 1강’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와 8일 울산에서 일전을 치른다. 문 감독은 “연패를 끊자마자 현대모비스라는 강팀을 만나게 돼 부담이 있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경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렵게 얻은 승리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