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
tvN 드라마 ‘남자친구’는 배우 송혜교와 박보검의 열두 살 나이 차로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유력 정치인의 딸이자 이혼한 재벌가 며느리인 수현(송혜교)은 진혁(박보검)을 만나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연다. tvN 제공
수현(송혜교)은 호텔 사업차 떠난 쿠바에서 차량 사고를 겪는다. 하필 현지 가이드가 운전 부주의로 들이받은 것은 배낭여행을 온 진혁(박보검)이 앉아 있던 카페 테이블. 석양을 보러 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한 수현은 또 우연히 진혁의 도움을 얻는다. 귀국길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둘은 다시 한 번 우연히 마주친다.
헐거운 이야기를 메우기 위한 무리수였을까.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우연으로 얼룩져있다. 밑도 끝도 없는 우연한 만남이 줄을 잇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은 지 오래다. 예상대로, 한국에 돌아온 진혁은 수현이 대표로 있는 동화호텔에 입사하며 우연을 이어간다.
“추억까지 구입할 순 없잖아요.” “마법에 걸린 것으로 해두죠.” “나는 갑니다. 로마의 휴일 공주님.” 일부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모아 온라인에 게재하기도 했다. 남녀의 상황만 바뀌었을 뿐,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덩달아 시청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송혜교와 박보검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였지만, 2회에 최고 시청률 10.3%(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뒤 최근 2일에 방영한 9회는 7.8%까지 하락세다.
그나마 드라마 초반 쿠바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썸’을 이국적이고 역동적인 색채감으로 그려낸 영상미는 볼거리. 그래서일까. 3일 10회에서 둘은 다시 쿠바를 찾았다. 16부작으로 반환점을 돈 ‘남자친구’가 “송혜교와 박보검의 미모로 모든 것을 ‘퉁’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숱한 우연을 그럴듯한 운명으로 설득력 있게 포장하는 일이 급선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