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 않은 전력 차…이변으로 시작된 2019 아시안컵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수준이 엇비슷해지면서 그 어떤 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전망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 대회 챔피언이자 사실 아시아 국가라고 보기 힘든 호주가 대회 첫 경기에서 쓴잔을 마셨다. 개최국 아랍에미리트도 패배 직전 수렁에서 벗어났다. 그 누구도 방심할 수 없는 17번째 아시안컵이 시작됐다.
사상 최다인 24개팀이 본선에 출전하고 역대 처음으로 우승 상금이 걸려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UAE 2019’가 열전에 돌입했다. 지난 6일 개막전으로 열린 개최국 UAE와 바레인의 경기를 비롯해 A, B조 각각 2경기씩 진행됐는데 의외의 결과들이 속출했다.
1-1 무승부로 끝난 UAE와 바레인전부터 예상을 깼다. FIFA 랭킹 79위이자 대회 개최국인 UAE이 랭킹 113위 바레인보다 여러모로 유리해보였던 경기다. 하지만 역시 ‘첫판’은 서로 부담이고 특히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있는 팀에게 보다 강한 압박을 주는 법이다.
UAE의 수준이 우승후보급은 아니고, 바레인이 UAE과 비긴 것을 ‘놀라운 일’로 포장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안방’에서 홈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열리는 배경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땐 UAE가 유리해 보였던 경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UAE는 패하지 않은 게 다행인 경기가 됐다.
둘째 날 일정에서는 이번 대회 최대 이변 중 하나가 될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2015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한국을 2-1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을 거머쥐었던 호주가 요르단에 0-1로 패했다.
호주의 우위를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요르단의 FIFA 랭킹은 109위였고 호주는 41위. 이란(29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순위에 있는 호주의 승리를 점치는 것이 상식적인 전망이었다. 예상대로 호주가 주도권을 쥐었고 요르단은 수비에 집중한 뒤 역습을 도모하는 방식이었다. 흐름은 짐작과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전반 26분 요르단의 선제골이 나왔다. 요르단은 코너킥 상황에서 약속된 호흡으로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바니 야신이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호주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호주는 만회를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요르단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긴 요르단 선수들도 패한 호주 선수들도 믿을 수 없어 하늘을 쳐다봤다.
시작부터 끝까지 시리아가 공격을 주도했던 경기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후반 24분 선수 1명이 경고누적 퇴장을 당하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1명이 부족해진 팔레스타인은 더 절박하게 수비에 집중했고 시리아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 했다.
팔레스타인 축구 사상 아시안컵 첫 승점이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5년 호주 대회를 통해 아시안컵 본선을 처음 밟았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3전 전패를 당하면서 수준 차이를 실감해야했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이번 대회 1차전에서 퇴장이라는 악재를 뚫고 첫 승점을 수확하는 쾌거를 올렸다.
축구 쪽에서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던 인도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후끈한 축구 열기를 자랑하는 태국을 4-1로 완파한 것까지, 흥미진진이다.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도 대회 초반, 특히 1라운드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잦다. 모든 팀들이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 강호들은 토너먼트 이후에 100% 전력을 발휘하도록 로드맵을 짠다. 이런 배경과 함께 의외의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이고 있다. 필리핀과 상대하는 한국도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