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방송 장악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재철(66) 전 MBC 사장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7일 열린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정보수장과 MBC 사장이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인들을 퇴출시켜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방송 장악을 시도해 헌법상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 생각해 누구를 탓하진 않지만, 전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 생각하고 일했다”며 “국정원은 제가 근무해본 기관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관여한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오히려 국정원 직원들이 다른 기관에 출입하며 업무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간섭한 직원들을 감찰해 징계까지 했는데 제가 나서서 (공소사실대로) 지시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재판을 받는 것이 정말 답답하다. 제 이 답답한 심정을 살펴봐 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 역시 “원 전 원장이 방송인 김미화씨 등의 퇴출이나 PD수첩 교체를 지시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이는 국정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원 전 원장의 구체적 지시로 보기 어렵고 3차적 공모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도 최후진술을 통해 “MBC정상화 전략 문건은 본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저도 여기(법정)에 와서 처음 봤다”며 “저는 오직 어머니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밖에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과 언론이 순차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처해주면 앞으로도 사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다만 MBC 노조에 방송 제작과 무관한 교육을 받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경위든 자백하고 반성한다”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점을 고려해 최대한 관대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5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원 전 원장은 김 전 사장과 공모해 2011년 3월 MBC ‘PD수첩’ PD 8명을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는 등 방송 제작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같은 해 4월 MBC 라디오 제작본부장을 통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방송인 김미화씨 사퇴를 요구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2008년 PD수첩 광우병 보도 등으로 지지도 급락을 경험한 뒤 방송 장악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추명호(56)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최윤수(52) 전 국정원 2차장은 지난 3일 각각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김미화씨 퇴출 관련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는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