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한 유가족에게 전달해달라” 자녀 입학 성금 익명으로 보내와
익명의 독지가가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어민혁 소령 등의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국립대전현충원에 보내온 성금과 엽서. 대전국립현충원 제공
세 통의 엽서에 자녀들의 이름을 모두 적은 뒤 ‘입학을 축하합니다.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이라는 손글씨를 남기고 각각 25만 원의 통상환증서를 동봉했다. 현충원은 이 독지가가 2017년 응급환자 이송 중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선효선 간호장교, 2018년 수원비행장에서 순직한 블랙이글스 소속 김도현 소령의 자녀에게 교복 구입비를 보내준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필체가 유사할 뿐 아니라 발신 우체국도 경기 수원역점으로 같기 때문이다. 현충원 관계자는 “성금으로 보내준 통상환증서의 경우 올해는 보낸 분 이름이 ‘이수명’이라고 적혀 있지만 다른 해에는 이름이 달라 실명을 알 수 없다”며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기 위해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이 독지가는 꽃병을 직접 묘소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성금이 답지한 이들 순직 군인을 비롯해 현충원 내 50여 개 묘소에는 ‘가정주부’ 등의 이름으로 추모 문구가 적힌 꽃병이 놓이고 있다. 현충원 측은 이 독지가가 묘소를 방문해 추모한 뒤 비석에서 자녀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엽서를 보낼 때 정확하게 적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