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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납득하기 힘든 靑 행정관-육참총장 ‘카페 회동’

입력 | 2019-01-08 00:00:00


청와대 인사수석실 정모 행정관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집무실도 아닌 외부 카페로 불러내 만났다. 더구나 그 자리엔 장성 진급 심사 대상자인 청와대의 다른 행정관도 동석했다. 회동의 성격 및 장소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청와대는 “정 행정관이 군 인사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인사시스템과 절차에 대해 조언을 들으려고 만남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런 이유라면 참모총장이 아니라 육군인사사령부 등에 문의하는 게 맞다. 계급과 지휘 체계를 중시하는 육군의 최고위직이 행정관의 면담 요청에 선뜻 응한 것도 선의로 보이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만난 2017년 9월은 육군 장성 인사를 앞둔 시기였다. 정 행정관이 김 참모총장과 만날 때 직접 작성한 ‘인사 자료’를 들고 갔던 점과 장성 진급 심사 대상자로 국가안보실에 파견근무 중이던 육군 대령을 대동한 일도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 참모총장과 만난 직후 정 행정관이 인사 자료를 분실한 사건에 청와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도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군 인사 자료는 적의 손에 넘어가면 자칫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차 안에 놔뒀던 인사 자료가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설명만 듣고 정 행정관을 별도 징계 없이 의원면직했다.

이번 사건은 군의 정치적 중립과도 관련된 일이어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청와대 행정관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이므로 참모총장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 경우는 군 수뇌부가 청와대에 끌려다닌 듯한 인상을 준다. 장성 인사의 공정성은 물론 국방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정한 인사 청탁은 없었는지, 사라진 자료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등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