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하지만 이 같은 취지는 위험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과목의 경우 이념적 해석의 편차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증류수 같은 초등학생들에게 해가 될 것은 ‘불문가지’다.
2016년 역사 교과서 파동이 이를 방증한다. 당시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검정교과서가 각각 9종, 8종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어떤 교과서를 채택할지를 두고 사회적 이념 갈등이 벌어졌음을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 대립이 팽팽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현행 교과서 공급 체계는 국정, 검정, 인정으로 나눈다.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검정교과서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저작권을 갖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심사한다. 인정교과서는 교육감이나 출판사가 저작권을 갖고 시도교육감이 심의한다.
현재 17개 시도교육감 중 14명이 좌파 성향으로 이 가운데 10명은 전교조 출신이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교육감이 발행권을 갖고 있는 현행 인정교과서도 객관적인 내용보다는 교육감의 구미에 맞는 편향성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교육부는 정치적으로 표백되고 이념적으로 폐쇄된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 장관의 임기는 길어봐야 1∼2년이다. 교육부 당국자의 설명대로 관점 해석의 다양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거두기 바란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한국사 검정교과서 발행과 관련해 829건의 수정 지시를 했는데 일부 출판사가 남북문제 관련 등 41건에 대한 보완을 거부하면서 수정 명령이 내려졌었다.
생애 최초로 접하는 초등학교 교과서가 성인들 이념의 놀이터로 전락되는 우(愚)를 범한다면 이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교육자의 양심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더 나아가 검정교과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수정 지시’와 ‘수정 명령’을 각각 ‘수정 권고’와 ‘수정 요청’으로 완화한다고 한다.
교과서가 시중의 잡지책인가. 수학 과학과 달리 사회과목의 경우 진보·보수진영에서 견해차가 있는 만큼 교육부의 신중한 고민과 천착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기 전에 국가 차원의 중대사다.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