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서비스 독점시장 균열 조짐
엠넷 래퍼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5’(2016년)의 무대. 최근 래퍼와 전자음악가들 사이에서 멜론 같은 주류 음원서비스 대신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같은 대안 플랫폼을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동아일보DB
멜론을 위시한 기존 주류 음원서비스가 독점한 국내 시장에서 최근 젊은 뮤지션들이 반기를 드는 ‘출(出)멜론기(記)’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정식 음원 유통계약을 맺고 멜론 등에 공급하는 것이 음악가가 되는 길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 채널에 등록하는 것이 곧 데뷔를 의미한다. 2007년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사운드클라우드’는 신인들의 각축장이 됐다. 미국에서는 XXX텐타시온, 주스 월드 등 이곳에서 데뷔한 래퍼들이 잇따라 주류 스타덤에 오르며 ‘사운드클라우드 랩’이라는 장르명까지 생겨났다.
동영상 위주이던 유튜브 역시 신곡 음원 발표 플랫폼으로 사랑받는다. 유명 가수도 예외는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백예린은 지난해 멜론에선 잠잠했지만 유튜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7월 유튜브에 올린 곡 ‘La La La Love Song’이 200만 회 이상 재생 수를 기록했다.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YERINB’도 열심히 활용한다. 다른 가수의 곡을 재해석하거나 데모(시험)곡을 올리고 있다.
음악 애호가와 평론가들도 여러 대안 음원서비스를 오가며 기대주의 신곡을 모니터링한다. 다음 달 시상식을 앞둔 한국대중음악상은 심사 대상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예전에도 사운드클라우드에 발표된 앨범이 있었지만 논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며 “‘소년점프’에서 보듯 살펴봐야 할 플랫폼의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3월 시상식을 앞둔 한국 힙합 어워즈에도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에만 발표된 곡들이 심사 대상으로 올라왔다. 힙합 그룹 ‘바밍타이거’는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한 앨범으로 힙합계에서 화제가 됐다. 웹진 ‘힙합엘이’의 김정원 치프 에디터는 “마미손은 기존 시장 판도를 깬 신선한 예가 됐다”면서 “유니버설, 소니 등 글로벌 음반사들 역시 유튜브 채널에 신곡을 무료로 올리며 비즈니스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내놓은 ‘모바일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서비스로 음악 감상할 때 주로 유튜브 앱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3%에 달해 멜론(28.1%)을 앞섰다.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제작자로서는 신인 발굴에, 음악가들은 협업할 신인을 물색할 용도로 요즘 사운드클라우드가 많이 활용된다”면서 “멜론의 시장지배력이 국내에선 여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타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