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그린 북’
영화 ‘그린 북’에서 남부 공연 투어를 떠난 피아니스트 돈 셜리(왼쪽)와 그의 운전사 토니 발렐롱가가 도로에서 잠시 멈췄다가 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과 마주치는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린 북’은 돈 셜리가 남부로 투어를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당시 미국 남부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길에서 얻어맞는 곳이었다. 위험한 상황에도 투어를 결심한 돈 셜리는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두 사람의 여정은 고정관념의 정반대 그 자체다. 토니는 흑인 밑에서 일하는 게 어색하고, 돈 셜리도 토니를 의심하긴 마찬가지다. 토니가 기념품 가게의 물건을 슬쩍하다가 발각되는가 하면, 이탈리아 억양이 섞인 영어를 쓰다가 돈 셜리에게 지적을 받는다. “연주회에서 함께 소개할 때 그런 억양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흑인의 억양이 교정 대상이다. 토니는 도로에서 화장실을 찾는 돈 셜리에게 “그냥 길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두 인물의 인간적 우정을 그린 수작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할을 맡았던 모텐슨의 완벽한 연기 변신도 돋보인다. 발에 붙은 먼지를 손으로 쓱쓱 닦고 침대에 눕는 생활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알리는 돈 셜리의 귀족 같은 외양 안에 숨겨진 고독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린 북’은 각본상, 영화-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까지 받으며 골든글로브 3관왕에 올랐다. 9일 개봉. ★★★★(★ 다섯 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