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공판 시작위해 불가피” 스스로 출석 안하면 강제구인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1심 공판을 방청하러 광주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오후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해 광주지검으로 보냈다. 앞서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자 김 판사는 다음 재판 날짜를 3월 11일 오후 2시 반으로 정한 뒤 이에 맞춰 구인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해야 재판을 시작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출석을 확보하기 위해 구인장을 발부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을 대리해 법정에 나온 정주교 변호사가 “다음에는 꼭 출석하겠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과 독감 등을 이유로 재판에 두 번 불출석하고 세 차례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구인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5·18기념재단 등 광주 5·18 관련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그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앞에 모여 “38년 전 일을 광주에서 다시 재판한다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