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모임 ‘우리동네 돌봄단’… 취약계층 방문하거나 전화상담 외로움에 극단적 생각하던 사람들 서서히 마음 열고 삶의 의욕 찾아 작년 단원들 5804가구 방문… 서울시 “돌봄단 10개 구로 확대”
지난해 10월 가을소풍을 떠난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 식당에서 서울 노원구 ‘우리동네 돌봄단’ 최영정 씨(왼쪽)와 그가 정기적으로 안부를 살피는 장모 씨가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었다. 서울시 제공
그랬던 장 씨가 웃음을 되찾았다. 이들은 꾸준히 장 씨의 집을 찾거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태풍이 오면 준비는 잘하는지, 더우면 냉방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폈다. 그때마다 ‘기억이 안 난다’ ‘왜 자꾸 찾아오느냐’며 냉정하게 대하던 장 씨는 지난해 10월 초 돌봄단과 함께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로 가을소풍을 다녀오곤 마음의 문을 열었다. 돌봄단이 찾아와도 무심히 쳐다만 보던 장 씨가 집안 청소를 마친 뒤 웃으며 돌봄단을 맞이했다. 오전에 집안일을 마치면 오후에 경로당에 나가기도 했다.
라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한 것은 큰일이 아니다. 그저 고민을 들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구청에 얘기해주는 말벗이 됐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외로움과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분도 꽤 만났다”며 “이분들에게는 작은 관심과 대화 상대가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돌봄단원은 홀몸노인이나 한부모가정, 장애인, 다문화가정같이 이웃의 돌봄이 필요한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특히 홀몸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독사 방지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동작구 돌봄단은 배우자가 숨지고 자식과도 절연한 채 살던 오모 씨와 정서적 유대를 맺고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 오 씨는 경찰에 “농약을 마시고 죽겠다”고 말할 정도로 우울감과 자살충동을 겪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치료 권유도 거부했다. 하지만 돌봄단이 끈질기게 찾아와 대화를 시도하자 서서히 곁을 내주기 시작됐다. 오 씨는 현재 구에서 제공하는 각종 후원을 받으며 돌봄단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돌봄단의 모태는 금천구가 2012년 시작한 ‘통통희망나래단’이다. 금천구는 사회복지공무원과 함께 저소득층과 홀몸노인을 도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현재 나래단원은 57명. 금천구에 살던 송모 씨(58)는 알코올의존증에 척추협착증까지 있어 거동이 불편했다. 나래단은 2017년 10월 집에서 눈꺼풀과 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는 송 씨를 발견했지만 그가 완강히 거부해 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했다. 나래단은 방문 간호사를 불러 송 씨의 상처를 치료했고 벽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등 정리도 도왔다. 이후에도 매일 송 씨 집을 찾아 살피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돌봄단원에게 활동비로 월 22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 돈을 전화상담 비용이나 취약계층 집을 방문할 때 음료수 구입 등에 쓴다. 돌봄단원은 지난해 기준 282명이다. 올해 294명으로 늘릴 예정이지만 수요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들은 지난해 모두 5804가구를 5만6041번 방문했고 전화상담도 3만1049번이나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이나 긴급지원 신청 같은 공적 서비스로 이어준 사례도 255건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