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가 포수 양의지(32)에게 4년 보장액수 125억원의 대형 계약을 안긴 이유는 명확하다. NC 경영진은 2018시즌 종료 후 그해 실패 원인을 분석했고 양의지 영입을 통해 젊은 투수들의 성장 및 마운드 전력의 안정과 타격 강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NC는 올해 구단의 숙원 사업이었던 새 야구장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다. 그만큼 지난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크다. 양의지를 통해 실질적으로 투수와 야수를 동시에 보강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양의지가 어떤 전력상승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 특급 포수의 이적이 리그 판도를 어떻게 바꿨고 팀 전력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를 통해 전망을 할 수 있다.
1997년 현대 유니콘스는 깜짝 현금 트레이드를 발표한다. 골든글러브 포수로 성장한 쌍방울 레이더스 박경완을 현금 9원에 영입한다는 내용이었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박경완은 리그 정상급 마운드 전력을 갖고 있던 현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더 빛나는 리그를 보여줬다. 타석에서도 장타력을 뽐내며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박경완은 2002년까지 현대왕조의 안방을 지켰고 2003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 SK와이번스로 이적했다. 자신을 최고의 포수로 길러낸 은사 조범현 감독과 재회한 박경완은 그해 SK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2000년대 후반 SK의 전성기 때는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극찬이 따랐다.
박경완의 가치는 예상하기 힘은 볼 배합과 뛰어난 도루저지 능력이다. 투수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투구 하나 하나의 가치를 극대화 했다. 한 해설위원은 “SK에서 박경완과 호흡을 맞출 때 굉장히 빛나보였던 투수가 타 팀으로 가면 그 때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경완과 함께 포수 이적의 가장 큰 성공 사례는 1999시즌 OB 베어스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진갑용이다. 삼성에서 당시 조범현 배터리 코치를 만난 진갑용은 FA로 영입된 김동수와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이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삼성은 이후 2015년 진갑용의 은퇴까지 포수 전력에 대한 고민 없이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8시즌 FA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또 한명의 대형 포수 강민호에 대한 이른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129경기에 출전한 강민호는 2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공격력에 있어서는 공헌을 했다.
두산에서 양의지의 가능성을 주목해 주전 포수로 기용한 김경문 전 감독은 “안정된 수비 능력에 빼어난 공격력을 갖춘 포수를 보유한 팀은 지명타자가 두 명인 것처럼 상대 배터리가 타선에 큰 압박을 받는 효과를 준다. 감독 입장에서는 라인업 짜기가 정말 편하다”며 “배터리의 예상하기 어려운 볼 배합 승부는 승부처, 단기전 등에서 계산하기 힘든 위력을 발휘한다. 특급 포수의 힘이다”고 평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