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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의 쇠락… 매출 부진에 영플라자도 내달 폐업

입력 | 2019-01-09 03:00:00

곳곳에 임대 현수막-철거 안내문… 5년새 상가 공실률 대폭 늘어
“경기 침체와 높은 임대료 영향”




7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상가에 폐업 정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동성로 일대에 빈 점포가 늘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7일 오후 2시경 대구 중구 동성로.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15번 출구 앞 상가 1층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바로 옆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통째로 임대한다며 공인중개사사무소 연락처를 적어 놓았다. 주변 상가 곳곳에도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굳게 닫힌 유리문에는 ‘철거 전문’, ‘상가 인테리어’ 등 업체 홍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 부근에서 사진관을 했던 상인은 “임대료는 비싼데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 가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대표적 번화가인 동성로의 상권(商圈)이 침체일로다. 상인들은 ‘경기 침체→소비 부진→상권 쇠락’이라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려하고 있다.

동성로는 서울 명동과 비견되는 대구의 중심 상권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대구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큰길가에만 점포 750여 개가 몰려 있고, 주변 골목상권까지 합치면 대략 점포 7000개가 성업 중이다.

그러나 최근 의류매장과 음식점, 커피숍 등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빈 점포가 늘었다. 대구역 방향인 동성로 북쪽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이곳의 유명 스포츠브랜드 매장에는 ‘폐점 정리’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나붙었다. 일부 건물은 임대료를 낮춰도 입점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건물주 A 씨는 “33m² 규모인 1층 점포 임대료를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에서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200만 원으로 내렸지만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동성로 상권의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m² 초과) 공실률은 2013년 1분기(1∼3월) 7.6%에서 지난해 3분기(7∼9월) 13.6%로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동성로 공인중개사 B 씨는 “5년 전에 비해 부동산 중개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임대 현수막을 걸어놔도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동성로를 덮친 경기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2007년 8월 동성로 ‘파티’쇼핑몰에 문을 연 롯데 영플라자 대구점은 다음 달 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롯데는 쇼핑몰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 m² 규모 매장을 쓰고 있다. 롯데는 2027년 8월까지 20년간 장기 임차했으나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 영플라자 대구점 매출이 규모가 비슷한 다른 매장 한 개 팀 정도에 불과했다”며 “영업이 너무 부진해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와 상인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높은 임대료, 그리고 상권 분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권 위축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성로의 핵심 상권의 1층 매장 월 임대료는 3.3m²당 1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구의 상가 월평균 임대료보다 10배가량 높다고 한다. 부동산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근처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쇼핑 수요가 분산됐다”며 “임대료는 높은데 손님이 줄어드니 장사하던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새로 들어올 사람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환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일부 점포는 임대료를 내리기도 했지만 상인들이 체감하기엔 인하폭이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새해에 동성로 상권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상인들도 자구책을 마련할 테니 건물주도 조금씩 양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