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세 차례 방중에 이은 네 번째 방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가시적 성사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을 향해 보란 듯 중국과의 연대를 과시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그래서 올해 북-중 정상 간 교류는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번에도 김정은이 다시 중국을 찾았다. 특히 어제가 자신의 생일임에도 개의치 않고 중국 지도부의 축하를 받는 자리로 활용했다. 연초부터 발 빠른 ‘주동적 외교’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 보겠다는 의욕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의 방중은 오랜 혈맹이라는 중국부터 다진 뒤 이를 지렛대 삼아 대남, 대미 외교에 나서겠다는 노림수일 것이다. 지난해 세 차례 방중은 4·27 남북 정상회담 전, 그리고 6·12 북-미 정상회담 전과 후에 이뤄졌다. 이번 방중도 김정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 향후 대미 협상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특히 무역전쟁 해결을 위한 미중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부각시키면서 미국을 향해 관심을 촉구하는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미국의 경계심만 높일 것이다. 그간 북한이 어깃장을 놓을 때마다 ‘중국 배후설’을 거론하며 견제구를 던져온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협상’을 추진하겠다며 중국의 개입까지 유도하고 있다. 무역전쟁 불끄기에 바쁜 중국이 적극 나설 리 없겠지만, 이래선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회의론만 더욱 부추길 뿐이다. 아무리 시 주석에게 매달려도 비핵화 외엔 길이 없음을 김정은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