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날개를 다는 4가지 도구와 적용 사례
이미 입수해놓은 데이터만 사용해서 분석하는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 과대평가하는 친근성 편향(familiarity bias),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현재 상황과 관련된 기회만 눈에 보일 뿐, 보다 가치 있는 기회는 놓치고 만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탁월한 혁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네이선 퍼 교수와 제프리 다이어 미국 브리검영대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코리아 2019년 1·2월호에서 소개한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한다.
○ 사이언스 픽션(SF)
실제 과학소설을 활용해 혁신에 성공한 기업 사례로 미국의 주택용품 유통체인 로스(Lowe’s)가 있다. 로스는 2012년에 공상과학소설 작가들을 패널로 초빙해 자사의 고객과 기술 관련 데이터를 주고 5년에서 10년 후 로스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길 요청한 것. 이어 작가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모아서 관점이 수렴하거나 엇갈리는지 체크해 스토리를 통합하고 가다듬었다. 이렇게 나온 결과를 만화책 형태로 제작해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로, 로스는 리테일 기업 최초로 완전 자율 로봇을 고객 서비스와 재고 관리 업무에 투입할 수 있었다. 또 기존에 없던 몇 가지 3차원(3D)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3D 이미징 역량을 활용해 온라인 매출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등 재무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 연상적 사고
연상적 사고를 비즈니스 분야에 적용해 성공시킨 사례로는 미국의 서킷시티가 있다. 1970년대에 전자제품 소매업에 대형마트 개념을 도입했던 서킷시티는 넓은 선택 폭, 에누리 없이 낮은 고정 가격 등 유사한 논리를 중고차 판매에 적용해 카맥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카맥스는 자동차 산업을 탈바꿈시켰다. 전자제품 유통산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서킷시티는 파산했지만 카맥스는 현재 세계 최대 중고차 거래 기업이 됐다.
○ 제1원리 로직
1원리 로직은 의사결정 시 그 밑바닥에 있는 기초 원칙을 재검토해 이를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리제네론은 경쟁사 대비 훨씬 적은 비용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때 쥐에게 먼저 테스트한다는 지배적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했다. 쥐와 사람은 너무 달라서 실패율이 높기 때문이다. CEO 조지 얀코풀로스와 팀원들은 인간 유전자가 이식된 쥐를 개발해 실제 인간의 반응에 더 가깝게 실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미국 제약업계에서 신약 개발비는 평균 43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리제네론은 인간 유전자를 이식한 실험쥐 덕분에 평균 개발비의 채 20%도 안 되는 비용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
○ 굴절적응을 활용한 인접성 탐색
굴절적응이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진화한 특성이 이후 다른 용도로도 완전히 적응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새의 깃털은 초기에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는 기능을 했지만 나중에는 하늘을 나는 데도 필수 요소가 됐다. 마찬가지로, 물고기가 점차 육지 생물로 변해가면서 초기의 복잡한 턱뼈는 귀로 진화했다. 인간이 관여하지 않는 생물학적 세계에서 굴절적응이 작동한다면, 선택과 상상력의 세계에서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래의 혁신가가 굴절적응의 힘을 활용하려면 스스로 왜 무엇인가를 하나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다른 용도로는 활용하지 않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일례로 아마존은 팀들이 현재 갖고 있는 역량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폭넓게 탐색하도록 독려하는 조직문화를 자랑한다. 제프 베이조스 CEO는 “어떤 새로운 용도나 문제 해결 방법에 뛰어들지 결정할 때, 우리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며 “첫 번째는 고객 니즈를 뒤에서 따라가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기술로 앞장서 이끄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마존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 중 하나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기술로 앞장서는 방식을 통해 탄생했다. 이에 반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고객 니즈를 뒤에서 따라간 결과물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