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NHL은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NFL, MLB, NBA, NHL) 가운데 가장 인기가 덜한 편이다. 그렇지만 윈터 클래식만은 다르다. 현지 시간으로 2일 열린 보스턴-시카고의 윈터 클래식에는 7만6126명의 관중이 노터데임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NHL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었다.
NHL은 대개 실내에서 열린다. 그래서 만원 관중이라 해 봐야 2만 명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윈터 클래식은 야외에 있는 야구장이나 미식축구장에 특설 하키장을 마련해 경기를 한다. 올해 윈터 클래식이 열린 노터데임 스타디움도 노터데임대의 풋볼 경기장이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비슷한 행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국농구연맹(KBL)의 ‘농구영신’이다. 농구영신은 ‘송구영신(送舊迎新·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이라는 말에서 따온 특별한 매치다.
KT와 LG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에 창원체육관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 종료 후 7511명의 만원 관중은 타종 행사 등으로 다 함께 새해를 맞았다. 후반전은 2019년 1월 1일에 시작했다. 농구와 함께 1박 2일, 크게 보면 2018년의 끝과 2019년의 시작을 보낸 것이다. 경기 후 농구 코트는 거대한 댄스파티장으로 변신했다. 유명 DJ의 음악에 맞춰 남녀노소 모두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7511명의 올 시즌 KBL 최다 관중이었다.
최근 농구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관중은 줄고 시청률도 떨어졌다. 농구영신은 위기 속 고민의 산물이었다. 이준우 KBL 사무차장은 “미국에서도 모든 팀은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농구영신은 우리가 뗀 첫걸음이다. 팬들의 욕구에 발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해가 바뀌는 날. 사람들은 대부분 뭔가 추억을 쌓으며 새해를 맞는다. 농구영신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거나 TV를 통해 농구와 함께 새해를 맞는 것이다. 경험과 이야기가 쌓이면 그게 바로 전통이 될 수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