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벤투호, 필리핀에 진땀승 유효슈팅 4개 모두 황의조가 기록… 측면 크로스 부정확해 활로 못뚫어 경고 3개나 받아 다음경기도 부담… 이청용, 결승골 기여 등 컨디션 회복 부상 기성용은 일주일 치료해야
‘빛의조’ 없었다면… 한국축구대표팀의 황의조(오른쪽)가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 C조 1차전 필리핀 경기에서 후반 22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어시스트를 한 황희찬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두바이=AP 뉴시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 벤치는 불안감과 환호로 두 차례 크게 들썩였다.
후반 9분. 미드필더 기성용(뉴캐슬)이 공격에 가담했다가 상대 지역에서 주저앉았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기성용을 바라봤다. 벤치에서 벌떡 일어난 의무팀은 그라운드로 들어가 기성용의 상태를 살폈고 벤치를 향해 교체 사인을 보냈다.
기성용의 이탈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는 후반 22분 환호로 바뀌었다. 구자철을 대신해 후반 19분 투입된 이청용(보훔)에게서 시작된 환상적 패스로 한국이 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청용은 황희찬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시도했고, 황희찬은 황의조에게 볼을 건넸다. 골게터 황의조는 오른발 슈팅으로 필리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한국은 8일 UAE 두바이에서 끝난 필리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슈퍼 조커’ 이청용은 센스 있는 플레이로 공격 활로를 열었다.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낸 이청용은 강한 도전 의지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크리스털팰리스(잉글랜드)에서 벤치 신세에 머물렀던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이청용은 잉글랜드 1부 리그를 떠나 독일 2부 리그 보훔에 입단하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그는 보훔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아시안컵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주 포지션이 측면 공격수인 그는 보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뛴 경험 덕분에 필리핀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맹활약했다.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는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황의조는 이날 7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유효 슈팅은 4개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전체적인 공격 능력에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다. 대표팀은 이날 85.7%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밀집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해 1골에 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 필리핀, 76위 중국, 91위 키르기스스탄은 한국(53위)보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진다. 대표팀이 남은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지속적으로 상대 밀집 수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밀집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양쪽 측면 수비수들의 경기력이 살아나야 한다. 필리핀전에서 김진수(왼쪽 측면 수비수)와 이용(오른쪽 측면 수비수)은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지만 크로스 정확도가 떨어져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대표팀의 크로스 성공률은 20%에 그쳤다. 허술한 측면 공격으로 인해 한국은 중국에 다득점(2-1)에서 밀려 조 2위를 기록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가 수비 라인을 내린 탓에 공격 시 공간 창출이 어려웠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경고 누적도 근심거리다. 이번 대회에서는 8강전이 끝나야 경고가 소멸되기 때문에 그 전에 경고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대표팀은 이용과 김진수, 미드필더 정우영이 경고를 받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공격진의 강한 전방 압박으로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파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