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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금녀의 벽’ 깨고… 서울 첫 女소방서장

입력 | 2019-01-09 03:00:00

이원주씨 9일 중랑서장 취임
“시민에 필요한건 성별아닌 소방관, 女후배들 당당하게 업무 전념을”




서울소방 47년 역사의 첫 여성 소방서장이 된 이원주 서울소방학교 교육지원과장. 이 과장은 9일 중랑소방서장으로 부임한다. 서울시 제공


“남성, 여성이 아니라 한 사람의 소방관으로서 열심히 봉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소방관입니다.”

8일 서울 소방 47년 역사상 첫 여성 소방서장으로 임명된 이원주 서울소방학교 교육지원과장(56)은 후배 여성 소방공무원에게 하는 조언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 과장은 9일부터 중랑소방서장으로 일한다. 이 과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를 소방서장으로 임명하기까지 지휘부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시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까 걱정이다. 어깨가 무겁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1982년 소방공무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소방관이 됐다. 당시 일선 소방서에 여자 화장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소방은 남성 중심 조직이었다. 그가 서울 소방에 임용됐을 때 여성 선배는 단 1명. 이 과장과 함께 임용된 여성 18명 중 지금까지 4명이 남아 있다. 현재 서울 여성 소방공무원은 전체 소방공무원의 9%인 624명이다.

이 과장은 성동소방서 구급계장, 서초소방서 소방행정과장 등 건축허가, 구급 같은 대민(對民) 업무를 하다 2013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첫 여성 감사팀장이 됐다. 여성 소방공무원 고충상담관을 겸임하며 여성 소방공무원의 고충 해소와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장은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선천적인 체력 차이를 가장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꼽았다. 이 때문에 고비에 처할 때마다 동료와 가족의 힘으로 극복했다. 그는 “남녀 할 것 없이 소방공무원 가족들은 퇴근 후에도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묵묵하게 응원해준 가족 덕분에 여태껏 소방관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가족에게 돌렸다.

이재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여성 소방공무원의 사기가 진작되고 업무에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최초 여성 소방서장은 2015년 취임해 지난해 퇴직한 원미숙 전 강원 횡성소방서장(60)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