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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남성 3-여성 1명 “성폭행 피해”

입력 | 2019-01-09 03:00:00

대한체육회 성폭력 실태조사
국가대표 1.7%가 성폭력 경험, “당국 미온적 대처로 근절 안돼”




지난 한 해 동안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폭력 문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불거졌지만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문제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가 한남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 조사’가 8일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일반 등록 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2.7%로 나타났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도 1.7%로 나왔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우 2016년 조사에서 1.5%였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이 이번에 0.2%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전국의 선수 및 지도자 199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반 등록 선수 및 지도자 1201명과 별도로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 791명을 대상으로는 전수 조사를 했다. 대한체육회에서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폭력 및 성폭력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조사된 성폭력 피해 사례 가운데는 성희롱, 성추행뿐 아니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성폭행 사례도 4건이 나왔다. 성폭행 피해자 중 남성이 3명, 여성이 1명이었다. 성폭행은 선수 및 지도자를 대상으로 발생했으며 훈련장, 숙소, 경기장에서 훈련 또는 휴식 중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선배 또는 지도자였다.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마사지 등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조사 결과로 성폭력 실태가 다시 한번 드러났지만 대한체육회는 그 결과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성폭력 실태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폭행 등의 피해 사례가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진상조사나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가해자를 색출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정책 지원을 위한 실태 조사였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한국체대 교수는 “색출을 목적으로 한 조사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드러났으면 덮을 일이 아니다. 제도 보완 등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고 상시 신고 센터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성폭력 외의 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일반 선수 26.1%, 국가대표 3.7%로 나타났다. 구타 등의 신체 피해, 욕설 등의 언어 피해 등이 포함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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