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우 RIPE의 ‘한우 모듬구이’. 홍지윤 씨 제공
생선이냐 고기냐 물으면 고기가 좋다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이들은 고기반찬 없이는 밥을 안 먹고, 어른들도 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대접받았다고 여긴다. 특히 우리 민족의 한우에 대한 애정은 길고도 깊다. 긴 세월 농경사회의 기초 노동력을 제공해온 소를 잡기 어려웠으니 식육의 욕망이 상당히 억눌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임이 무색하게 고깃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장, 뼈와 살코기를 구석구석 부위별로 세밀하게 분류하여 즐기다 보니 세계 최고의 도축기술을 자랑한다. 덕분에 고기 좀 먹는다는 이들은 와인이나 커피처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부위를 구별해내기도 한다니 우리 땅 우(牛)선생들은 영혼조차도 환생 불가 지경이다.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육즙이 풍부하고 마블링이 좋아 풍미가 우수한 부위는 단연코 등심이다. 그중에서도 6번째 등뼈와 9번째 등뼈 사이의 꽃등심을 최고로 친다. 윗등심 등뼈에 붙어 있는 살치살은 꽃등심 만큼이나 마블링이 좋아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소를 몰 때 채찍의 끝이 닿는다 하여 채끝살이라 부르는 허리뼈 아래쪽 등심은 육질의 고소한 맛을 느끼기에 좋은 부위다. 치마허리의 주름과 비슷한 치맛살은 언뜻 보기에 결이 거칠어 보이지만 육즙이 풍부하고 쫄깃하며 은근한 단맛이 있어 씹는 맛으로는 이만한 부위가 없다. 갈비와 내장을 연결하는 안심 옆에 붙어서 내장을 붙잡고 있는 토시살과 횡경막인 안창살, 목심과 등심을 잇는 긴 목심으로 소 한 마리에서 딱 한 근 나온다는 제비추리 등이 구이용으로 인기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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