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실적 급락
삼성전자는 D램의 비중이 컸던 반도체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생산능력을 조절해 위기를 돌파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0조8000억 원으로 증권가 평균 전망치(13조3900억 원)를 크게 밑돈 건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심했기 때문이다. 4분기 매출(59조 원)이 직전 분기 대비 9.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매출 대비 영업이익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이날 잠정실적에선 반도체(DS),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부문별 실적이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반도체 부문의 비중은 70% 정도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하락 요인은 공급 과잉과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반도체 가격이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의 큰손 소비자인 글로벌 데이터센터들이 향후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상해 재고를 줄이고 구매를 연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6조47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분기 영업이익이 4분기에 4조 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까지는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테크팀장은 “지난해 4분기에 증가한 메모리 재고가 올 1분기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 추세는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특히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1∼3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다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서비스 확대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박성순 BNK투자증권 기업분석1팀 차장도 “하반기 서버 수요가 회복되면 업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전일 대비 1.68% 내린 3만8100원에 마감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미리 반영돼 낙폭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근 1년간 최고가(5만4140원·지난해 1월 31일)에 비하면 29.6%나 떨어진 것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줄줄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15조7705억 원, 영업이익 753억 원으로 잠정 집계(연결 기준)됐다고 공시했다. 전기 대비 매출액은 2.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89.9% 급락했다. 전년 동기로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79.5% 감소한 수치다. TV를 주력으로 하는 HE사업본부와 생활가전 중심인 H&A사업본부 등 LG전자의 실적을 이끌던 주력사업 부분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15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허동준 hungry@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