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피카소와 큐비즘’전 원근법 무시 풍경화에 충격 받아… 피카소-브라크 등 새 화풍 만들어 후대 화가들 다양한 면면 한곳에
‘피카소와 큐비즘’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베르,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가로세로 5m가 넘는 대형 장식화 ‘리듬’ 연작. 화면에 기하학적 공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디지털’ ‘몰입형 미디어’ 같은 전시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눈을 가까이 갖다 댔을 때 보이는 화면의 질감과 세세한 표현은 원화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프랑스 파리의 화려한 시절에 활약한 화가들의 유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파리시립근대미술관 소장품 90여 점을 소개하는 ‘피카소와 큐비즘’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06년 시작된 입체파 시대 110주년을 기념해 3년 전 기획됐다. 시기별로 구성된 전시는 폴 세잔의 풍경화 두 점으로 시작한다. 서양화의 전통적 원근법을 무시하고 해체하듯 그린 세잔의 풍경은 후대 화가들에게 충격을 줬다. 세잔 회고전을 본 피카소와 브라크도 그의 영향으로 한 그림에 여러 시점을 넣은 ‘입체파’ 그림을 그린다. 입체파의 기원을 소개하는 첫 번째 전시관은 피카소는 물론이고 앙드레 드랭, 라울 뒤피 등 그의 영향이 뚜렷이 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피카소는 “세잔은 우리 화가들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전시 총감독인 서순주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은 두 번째 전시관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파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두 화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입체파 회화를 연구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서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화풍이 비슷하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에 모래를 섞거나 신문지를 오려 붙이는 등 그 나름의 실험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피카소의 작품을 태피스트리로 만든 ‘무용’(1975년).ⓒ 2018-Succession Pablo Picasso-SACK (Korea)
마지막에 전시된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대형 회화 4점은 80년 만에 파리시립근대미술관 밖으로 나온 작품들이다. 거대한 규모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지게차를 동원했고, 설치를 위해 보존 전문가 2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이 그림들은 1938년 튈르리 살롱전 조각실을 장식하기 위해 전시 조직위원회가 의뢰한 것들로, 이듬해 파리시에 기증돼 파리시립근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피카소 작품보다는 입체파의 다양한 면면을 알고 싶은 관객에게 적합한 전시다. 3월 31일까지. 1만∼1만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