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 Cassandra Wilson ‘You Go To My Head’(2015년)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왜 잊을 수 없는 기억에 울게 되는 걸까.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1988년)은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추억 앞에 무너지는 이를 그렸다. 그를 쓰러뜨리는 비수는 향기다. 손에 잡히지 않는 회상처럼 형체가 없어 떨칠 수조차 없는 잔인한 매혹.
재즈 보컬 빌리 홀리데이(1915∼1959)는 그 음악과 목소리만큼이나 비운의 삶 자체로도 후배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헌정 앨범도 많았지만 재즈 보컬 커샌드라 윌슨의 ‘Coming Forth by Day’(2015년·사진)만큼 홀리데이를 다르게 해석한 작품도 드물다.
윌슨은 홀리데이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되 전통적인 재즈적 재해석을 벗어나 노랫말에 맞게 전혀 다른 편곡을 하고 싶었다. 독특한 불길함과 멜랑콜리로 유명한 호주 록 밴드 ‘닉 케이브 앤드 더 배드 시즈’의 프로듀서에게 연락했다. 프로듀서 닉 로니는 ‘닉 케이브…’의 드러머와 베이시스트, 그룹 ‘예예예스’의 기타리스트를 녹음 스튜디오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불꽃은 아쉽게도 잠시뿐이다. 첫 코드에 담긴 장조의 희망은 둘째, 셋째 화성을 거치며 단조로 점점 내려앉는다. ‘당신은 내 머리에 가서 잊을 수 없는 후렴처럼 남지/나의 뇌에 맴돌지. 샴페인 잔의 거품처럼/진홍색 스파클링 와인 한 모금처럼….’
그가 어쩌면 나의 애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은 마치 마법같이 나의 몸을 덥힌다. 천 개의 7월을 가진 여름처럼 뜨겁게. 하지만 나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뤄질 리 없잖아. 이 미친 로맨스가….’
맹렬한 사랑의 기억이 담긴 라일락을 따 와인을 담근 이가 생각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