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백악관-국무부-CIA, 北동향 주시
3박4일 일정 네 번째 방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부인 리설주가 7일 북한 평양역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며 4차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4차 방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그간 북-미 핵 담판을 앞둔 시점마다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데 따른 경계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북미중 3국의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실마리를 찾는 듯한 비핵화 협상의 전도가 밝게 보이지만은 않고 있다.
○ 되살아나는 ‘중국 배후론’ 경계심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미국 국무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입김이 어떤 방향과 강도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과 태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미중 양국은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90일간의 휴전 시한(3월 1일)을 앞두고 지식재산권 등 민감한 쟁점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미국의 잇단 관세 폭탄으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중국이 북한을 또 다른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와 한반도 핵문제 정치 해결을 추동하는 세력”이라며 “중국은 앞으로 각 측과 함께 노력해 (핵문제 해결) 과정을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 “북-중, 트럼프와의 회담 전략 조율”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 이유에 관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얼굴을 맞대고 전략을 조율할 기회”라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중 동맹관계를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미국의 대북한 제재가 상당히 가혹한 처사라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