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말’ 때, 부모의 실수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첫째는 아이가 말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뭔지 달라고 해야 줄 거야. 말 안 하면 안 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물’이라고 해야 줄 거야”라고, 장난감 자동차를 달라는 아이에게 “‘자동차’라고 말해야 줄 거야”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물’ 혹은 ‘자동차’라는 말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 그보다는 ‘안 마시고, 안 가지고 놀고 만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민한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대로 말할 자신이 없어 ‘말했다가 틀리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입을 다물어 버리기도 한다. 말이 늦는 아이들 중 일부는 정작 시키면 안 하면서 몰래 혼자서 연습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툭’ 말한다. 이럴 때 부모는 너무 호들갑 떨면서 칭찬해선 안 된다. 보통 성향의 아이는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수행에 대한 반응에 예민한 아이들은 쑥스러워서 또 말을 안 해 버릴 수 있다. “잘했어”라고 가볍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
둘째는 “아빠 말 따라 해봐”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아무 거부 반응 없이 잘 따라 하는 아이라면 무난한 방법이다. 단, 부모가 이렇게 말했을 때 아이가 반응이 없거나 싫어하면 이 방법은 계속 쓰지 말아야 한다. 대신 아이가 따라 해야 할 말을 부모가 두세 번 반복해서 들려만 주는 편이 낫다. “물 주세요” “엄마, 시원한 물 주세요” “목말라요” “민정이가 물 먹고 싶대요” 하며 물을 주면 된다. 상황에 맞는 말을 해주면 아이도 반복해 들으면서 익숙해진다. 따라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계속 따라해 보라고 하면 부모의 말을 더 들으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말도 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넷째는 아이의 발음을 교정해주는 것이다. 말을 막 배울 때 아이의 발음은 부정확할 때가 많다. 너무 꼼꼼하고 완벽주의인 부모들은 발음을 자꾸 고쳐주려고 한다. 말을 배우는 초기에는 발화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꾸 지적하면 ‘말을 했다가 정확하게 안 하면 야단을 맞을 수도 있으니 아예 안 하는 것이 낫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말의 양이 굉장히 줄어든다. 또 같은 지적을 여러 번 받으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잔소리로 느끼게 된다. 잔소리가 많아지면 소음으로 처리하기에 언어 자극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아이의 첫말은 36개월까지 정상으로 본다. 보통의 아이들은 24개월까지 100단어 정도 알아듣거나 말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가 한마디도 못한다면 언어치료를 받아 빨리 말을 틔워주는 것이 좋다. 무조건 36개월까지 기다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말은 한마디도 못하지만 아이가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면 어쩌면 아이는 6개월 후에 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무척 불편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그 시간을 조금은 당겨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한 달이라도 당길 수 있다면 아이가 겪는 스트레스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