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협의 없어”…김명수, 기자회견 허용여부 주목 “MB 청와대서 했나” 부글…“사법부 여론결집” 해석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2017.9.22/뉴스1 © News1
김명수 대법원장.2017.8.21/뉴스1 © News1
‘사법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검찰 소환조사 당일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을 사실상 패싱하고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검찰에 대한 노골적 불만의 표현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를 수용했던 김명수 대법원장(60·15기)이 양 전 대법원장 기자회견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시위대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감안해 대법원 정문 안이나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이 이를 불허하면 정문 밖에서 입장문을 발표 강행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전 입장발표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대법원과 진행된 협의는 없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과 사전 협의 없이 기자회견을 추진하면서 김 대법원장이 이를 허가할지 불허할지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허가할 경우 검찰수사에 대한 각세우기란 부담이, 불허할 경우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 논란 및 보수법관의 반발을 부를 수 있어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례 없는 ‘포토라인 패싱’ 출석 추진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안전을 고려한 경호 및 동선 관리도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한 의견이 없고, 별로 언급할 말이 없다”면서도 “조직논리를 자극해서 검찰과 대립을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경비가 붙지만 대법원에서 하면 검찰이 보호조치를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 않느냐”며 “어떤 명분을 가지고 밖에서 나가서 다른 사람들(시위대)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막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경지검 한 현직검사는 “대법원은 재판을 해야될 곳이고, 양 전 원장 본인이 아직까지 거기 주인인 것도 아니다”라면서 “전직 대법원장이라고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출석할 때 청와대에서 해야됐느냐”고 비판했다.
재경지법 고등법원 한 현직 판사는 “안그래도 여론이 안 좋은데 본인과 대법을 연결시키는게 썩 좋아보이지 않고 의도도 잘 모르겠다”며 “현직도 아닌데 대법에서 한다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고, 개인적 문제인데 굳이 현재 대법하고 연결짓는 게 법원을 위해서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것이라 보는데, 결국 그분의 구속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사법부 구성원들에 대한 의사결집 호소 이런 면도 있을 것”이라며 “보수층 결집이 두드러지는 상황 하에서 ‘왜 이렇게 적폐청산에 매달리느냐’ 이런 부정적 여론 확산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