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피의자 소환을 이틀 남겨두고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신봉수 특수1부 부장검사 등을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보내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은 오는 11일 양 전 대법원장 소환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박 전 대통령 입장을 뚜렷히 확인하면서 재차 조사를 시도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에 연루돼 있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 요구에 따라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키고 결론을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청와대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상고법원 등 대법원이 추진하는 사업에서 이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에 정부 의견서 제출 시기 등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정황도 파악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위안부 관련 재단이 6월이면 설립되고 6~7월이면 일본에서 약속한대로 돈을 보낼 전망이니 그로부터 1~2개월 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8월말까지 끝내라”는 취지의 지시사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 곽병훈 전 법무비서관 등도 조사했다.
검찰은 최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연달아 재소환했다. 고 전 대법관은 7일에, 박 전 대법관은 8일에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핵심 피의자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를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한 달여간 보강조사를 벌여왔고 추가로 파악된 내용을 확인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