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후변화·자국우선정책 등 회원국과 ‘입장차’
김용(59·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WB) 총재가 갑작스레 사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동안 WB 총재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국이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약 70년 전 WB가 창설된 이래 미국이 총재를 임명해왔다며 미국은 총재 임명권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권력을 증진해왔지만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용 총재를 임명할 당시부터 이 같은 합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2년 당시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호제 안토니오 오캄포 콜롬비아 재무장관도 후보자로 고려돼 미국이 추천한 김용 총재는 이들과 경쟁해야 했다. 미국이 지명한 후보자가 경쟁을 거친 건 세계은행 역사상 이 때가 처음이었다고.
WSJ도 이번에는 여러 사안들 탓에 회원국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총재 후보자를 지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김 총재의 사임으로 WB 대표직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분열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문제가 되는 사안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과 세계은행 회원국들의 입장차다. WSJ는 다수의 회원국들이 WB의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도 걸림돌이다. WSJ는 대부분의 WB 회원국들이 다자간 금융기관을 지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에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 재무부는 WB가 중국에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해준다며 비판을 이어오기도 했다.
또한 WSJ는 미국이 금융시장 약세, 중국과의 무역협상,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요구 등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 김 총재의 후임자 관련 계획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