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이청용-황희찬-황의조(왼쪽부터). 사진|대한축구협회·스포츠동아DB
멀티 플레이어는 어떤 스포츠에서나 각광받는다. 축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기당 교체카드가 3장으로 한정돼 있어서다. 감독이 경기 도중 전술이나 포메이션을 변경하고 싶을 때 멀티 플레이어가 많은 팀은 교체 카드를 활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한국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러한 멀티 포지셔닝 능력을 중요시하는 위치는 공격 2선이다. 벤투 감독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엔트리(23명)를 확정할 때 공격 2선에 활용할 선수들을 결정하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아시안컵 개막 직전에 부상을 입은 나상호(23·광주FC)의 대체선수를 발탁하면서도 멀티 포지셔닝에 중점을 두고 이승우(21·베로나)를 급하게 호출했다.
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펼쳐진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벤투 감독의 고민을 덜어준 주인공은 공격 2선 선수들이다.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23·함부르크)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바꿔서도 저돌적인 개인돌파 등 자신이 가진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후반 22분 황의조(27·감바 오사카)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 교체로 출전한 이청용(31·보훔)은 대표팀에서는 생소했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소속팀에서 최근 같은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청용은 황의조의 결승골이 나온 장면에서 상대의 중앙 수비수를 완전히 허무는 움직임과 패스를 선보였다. 그 덕분에 한국은 어렵게 풀어나가던 경기에서 귀중한 승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두바이(UAE)|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