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기자·경제부
파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노조원들의 주된 불만은 사측의 실적 압박과 성과주의 강요였다. 이날 만난 고객들은 “실적 압박은 모든 직장인의 피할 수 없는 현실 아니냐” “그렇게 압박을 받았다면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왜 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참에 차라리 직원 수를 더 줄여 모바일 서비스나 개선하라”는 반응도 나왔다.
고객들의 이런 목소리는 금융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정보기술(IT) 업체의 똑똑한 핀테크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2030세대 가운데는 “은행 지점에 가본 지 1년이 넘었다” “집에서 가까운 은행 지점이 어딘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와중에 핀테크 기업들은 혁신적인 앱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젠 공인인증서 없이 30초 안에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게 해주고, 흩어져 있는 자산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여기에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투자,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탑재하면서 사실상 ‘개인금융 비서’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한 데이터 분석기업이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분석한 결과 2017년 3분기 기준 10, 20대가 가장 즐겨 쓴 금융 앱은 기존 은행들이 내놓은 모바일뱅킹 앱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의 금융서비스인 ‘토스’였다.
지금 금융업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핀테크가 뒤섞여 ‘금융시장의 룰’ 자체가 뒤바뀌고 은행원의 존재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직급별 호봉상한제를 갖고 싸울 때가 아니다. 은행이 어떻게 하면 이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장윤정 기자·경제부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