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등 CES서 미래차 주도권 경쟁
‘CES 2019’에서는 손짓으로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조절하는 ‘제스처 컨트롤’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아자동차는 탑승자의 시선과 손짓을 인식하는 V터치를 선보였고(오른쪽 사진), 메르세데스벤츠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MBUX’에 손짓만으로 목적지 등을 알려주는 제스처 컨트롤(왼쪽 사진) 기능을 공개했다. 라스베이거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메르세데스벤츠 제공
기아자동차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제스처 컨트롤을 체험하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해보였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R.E.A.D)’을 구현한 콘셉트카에 앉은 관람객들은 정면의 모니터를 쳐다보며 손가락을 허공에 뻗어 메뉴를 선택했다.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비게이션 메뉴를 선택하거나 지도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 기능은 일명 ‘V(Virtual) 터치’였다. 실내 천장에 달린 작은 카메라가 탑승자의 손가락과 시선을 인식해 차량의 기능을 제어한다.
○ 터치스크린에서 손짓으로
최근까지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하거나, 음성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넣어 운전하다가 음악을 틀거나 내비게이션 안내를 시작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제스처 컨트롤이 된다는 것은 이제는 스크린에 직접 닿지 않고도 허공에 손짓만 해도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터치스크린이나 버튼에 비해 조작하기 쉽고 빠르다. 작동하는 재미도 있고 ‘미래차’라는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시관에서도 제스처 컨트롤이 화제였다. 벤츠는 음성인식 AI인 MBUX에 제스처 컨트롤을 추가했다. 내비게이션에 ‘우리 집’을 등록하고 제스처 컨트롤을 설정해놓으면 운전자가 허공에서 검지와 중지를 벌려 V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우리 집’으로 길 안내가 시작된다. 앞좌석 머리 위에 있는 실내등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손을 가까이 대기만 하면 불이 켜지거나 꺼졌다.
기아차는 V터치를 개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국내 벤처기업과 손잡고 연구개발(R&D)을 해왔다. 신희원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전자선행설계팀 연구원은 “손짓만으로 차 문을 열고 닫거나 차 시트 각도를 조절하는 것, 선루프를 여는 것도 이미 가능한 단계”라고 말했다. 사람과 카메라가 서로 2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제스처 컨트롤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향상돼 머지않아 상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촹 왕 바이톤 제품홍보매니저는 “운전석 위 거울에 달린 카메라가 탑승자의 손짓을 인식하고 분석한다”며 “앞으로 활용 분야는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짓은 상황에 따라 형태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수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딥러닝(컴퓨터 자가학습) 기술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 자율주행 키트, 3D 영화관 같은 차도 선보여
이번 CES에서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 외에도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들이 눈에 띄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콘셉트 엠비전(M 비전)을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공개했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도로 주변의 사람, 자전거를 인식하고 차 앞에 장착된 조명으로 보행자와 소통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엠비전의 핵심은 공간 정보를 파악하는 라이다(LiDAR) 센서 4개와 다기능 카메라 센서 5개를 한데 모은 자율주행 키트다. 자동차 지붕에 자율주행 키트를 장착하면 차 주변 360도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 키트만 적용하면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차 크기, 디자인에 관계없이 자율주행 모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가 투자한 스위스 기업 웨이레이는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자동차 앞 유리에 진행 방향이나 속도 등 각종 정보가 표시되는 기술이다. 독일 아우디는 차 안에서 액션영화를 감상할 때 차체가 이리저리 덜컹거리며 마치 영화관의 ‘3D 의자’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관람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