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심석희(뉴스1)
“힘들었지만 잘 버텨 온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
지난해 2월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폐회식 즈음 마주 앉았던 심석희(22·한국체대)가 했던 말이다.
1시간 남짓 대화를 나누는 동안 심석희는 “힘들었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모든 게 끝나 너무 홀가분하다”라는 말도 종종 했다.
그렇지만 8일 심석희가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왜 당시 심석희가 그렇게 힘들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새삼 이해가 됐다.
심석희를 지도해 온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석희는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중학생 때부터 최고의 기량을 펼친 그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석희는 때때로 불합리한 일을 당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심석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범죄 피해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한 여성으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을 너무 두려워했다. 또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해 최근까지 모든 일을 혼자 감내해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심석희는 용기를 냈다. 세종은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사건을 밝히기로 했다”고 했다.
올해 2월 심석희는 자신이 버틸 수 있었던 힘으로 가족과 팬들의 응원을 꼽았다. 심석희는 “아빠는 내게 ‘올림픽보다 석희 네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큰 위로가 됐다. 오빠는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메달이 아니어도 후회 없는, 부상 없는 경기로 보상받고 언니가 꼭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어요”라는 한 팬의 편지도 소개했다. 이후 심석희는 토크 콘서트를 열고, 야구장에서 시구자로 나서는 등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이려 했다.
다만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은 중단했다. 주로 사용하던 SNS를 가득 채웠던 게시물들은 9일 모두 사라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