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일자리]작년 12월 취업증가 3만4000명 그쳐
‘고용 참사’ 국면에서 한시적 재정지원은 불가피하지만 민간 기업의 활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의 틀을 새로 짜지 않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통계적 위안에 그친 ‘단기 공공일자리’
라돈 측정 서비스, 전통시장 화재 감시 같은 단기 일자리가 늘면서 지난해 1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6만5000명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한 달 만인 12월 일자리 증가 폭은 3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 취업자 수가 8000명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분야 일자리가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인위적으로 늘린 공공 분야 일자리까지 줄어들면서 고용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통계청도 “일자리 사업이 11월에 종료된 것이 많아 12월 공공행정 분야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재정이 많이 투입된 분야 위주로 일자리가 늘긴 했다. 작년 10월 단기 일자리 대책이라는 응급처방이 나오기 전부터 공공부문에 국고가 집중 투입된 결과다. 실제 지난해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업종은 사회복지서비스업(12만5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5만2000명) 등으로 주로 정부 지원책의 영향이 큰 분야들이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7만2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4만5000명), 사업 지원 및 임대서비스업(―6만3000명) 등은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아무리 늘려도 경기 부진과 인건비 급증 여파로 민간 채용이 줄면 백약이 무효임을 보여준다.
○ 한창 일할 40대 취업자 감소
하지만 지난해 상용 근로자 증가 폭은 2006년 이후 최저였다.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수가 뒷걸음치다 보니 그나마 증가하고 있는 상용 근로자 통계가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것일 뿐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줄어든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수입이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주들이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한 명당 근무 시간을 줄이는 ‘근로시간 쪼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기준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1만7000명 줄었다. 40대 취업자 수는 1991년 26만6000명 줄어든 뒤 2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40대 고용률은 1년 만에 0.4%포인트 줄어든 79%로 전 연령대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자동차와 조선업 구조조정, 건설업 경기 둔화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말뿐인 “민간 일자리 확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올해 일자리안정자금에 약 2조8000억 원, 고용장려금에 5조9000억 원 등 예산 23조 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근로장려금 등 간접적인 지원책까지 더하면 일자리 늘리기에 실제로 투입되는 재정은 큰 폭으로 늘어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늘리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게 드러났는데도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며 민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김준일·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