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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내부 아직 비핵화 납득못해… 김정은, 中지지 과시할 필요”

입력 | 2019-01-10 03:00:00

中 대북소식통이 전한 訪中 배경
“북중 경협 기대 못미쳐 주민 불만
시진핑에 실질적 지원 얻어내야 불안 잠재우고 대미협상 힘받아
金, 文대통령 완전히 믿지 않아”



3박4일 일정 네 번째 방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부인 리설주가 7일 북한 평양역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며 4차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밀착을 과시한 이면에는 내부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북-중 경제협력도 기대보다 못하다는 불안감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9일 “북한 측 인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내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동맹인) 미국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목적도 결국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것으로 여긴다”며 “문 대통령도 완전히 믿지 못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급은 북한 측 관계자와 접촉한 복수의 한국 소식통도 전하는 내용이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적대 정책을 누그러뜨려야 비핵화 조치가 가능하다는 북한의 선전전일 가능성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처한 북한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다른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호텔에는 북한에서 넘어온 무역상들이 북적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 측에 “북한 내부 경제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김 위원장의 지난해 3차례 방중으로 북-중 관계가 완연히 개선됐음에도 중국의 실질적인 대북 경제협력에 진전이 없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북-미의 실질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도 또다시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난 배경에 이런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시 주석이 자신을 분명히 지지하고 있고 언제든 지원 의사가 있음을 북한 내부에 보여야 북-미 협상 추진에 대한 내부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 밝힌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할 경우”에 모색하겠다고 한 “새로운 길”은 어찌됐든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에서 경제가 어렵다며 시 주석에게 대북 경제 지원과 실질적인 북-중 경제협력 확대를 재차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대북제재 해제에 중국이 더 공세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친선 우호를 넘어 북핵과 평화체제 등 안보 문제에서 전략적으로 더욱 밀착해 공동 행보를 할 것임을 예고한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원 부연구원은 중국의 유력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미 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 협상 칩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언제든 카드로 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각자 필요한 것을 얻은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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