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국가는 하나, ‘원 코리아’… 분단 고착화로 이상·현실 괴리 커져 평양 정상회담서 인공기 사용은 北 원하는 ‘원 코리아’ 의도 의심돼 ‘원 코리아’ 흔들리면 통일 어려워… 평화지상주의 함몰 경계해야 할 때
천영우 객원논설위원·(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원 코리아의 꿈은 1948년 유엔의 한반도통일정부 수립 노력이 좌절되면서 처음부터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유엔총회는 그해 12월 12일 채택한 결의 195호(Ⅲ) 2항에서 대한민국을 유엔 감시하에 자유선거가 이루어진 지역(38선 이남)에서 실효적 관할권을 가진 유일 합법정부로 선언하였을 뿐 북한 지역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1991년 9월 17일 이루어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북한 지역을 관할하는 주권국가로 공인을 받게 되었다. 유엔헌장 제4조에 따라 국가(State)만 회원국의 자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반도에 두 개의 합법정부가 공존하는 국제적 현실과 남북이 각기 고수해온 원 코리아 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1991년 12월 13일 서명된 남북기본합의서다. 기본합의서는 그 전문에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모든 나라가 남북한을 별도의 주권국가로 인정하더라도 남북 간에는 원 코리아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영구분단을 막자는 취지였다. 국내법상으로는 서로에게 반국가단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상호 실체를 인정하되 통일이 될 때까지 각기 상대방을 지방정부로 간주하자는 양해인 셈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종착점이 원 코리아 원칙의 포기와 ‘1민족 2국가’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면 이는 통일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이 내부 변고를 맞아 자치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의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점도 깊이 고민할 문제다. 북한이 지방정부로 남아있다면 대한민국이 중앙정부 자격으로 인도적 재앙 수습과 치안 회복을 위해 개입할 권리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 헌법상 북한이 우리 영토라는 일방적 주장과 남북합의를 통해 상대방을 지방정부로 간주할 근거를 유지하는 것은 제3국에 대한 대항능력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를 넘어서는 범위의 군사적 개입은 유엔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통일의 결정적 기회가 오더라도 우리의 손발이 묶일 수 있다.
한반도 평화 담론이 평화 지상주의에 함몰된 나머지 원 코리아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깨어 있는 국민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