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시대의 대축제가 만국박람회라면 정보화시대의 대축제는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전자제품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1967년 뉴욕에서 시작된 CES는 연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전시회로 그해 기술 트렌드를 보여주는 자리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키워드로 인공지능,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e스포츠, 스마트시티 5가지를 꼽았다. 특히 올해 전시회는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원동력으로 이동통신기술 5세대(5G)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작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국이 처음 상용화에 성공했음을 세계에 알린 그 기술이다. 5개 키워드, 5G 모두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기술적으로는 한국이 얼마든지 해볼 만한 분야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다. 가전제품 전시장을 자동차 회사들이 점령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벤츠, 도요타, 아우디, 혼다 등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가 모두 CES에 참가해 전자·정보통신기술의 총집약체가 자동차란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심지어 벤츠는 신차 모델을 모터쇼가 아니라 이번 CES에서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벤처기업 수준이던 회사들이 이제는 중견을 넘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해 전시회에서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970년대 미국 기업들은 CES를 두고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에 미국 시장을 공략할 홍보 마당을 깔아준다고 불평했다. 이제 그 불만이 중국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모두 한국의 미래가 걸린 변화들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