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은퇴 심경을 밝힌 김지철 목사의 글. SNS 화면 캡처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30일 주일(일요) 예배를 끝으로 이 교회에서 은퇴한 김지철 목사(70)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회를 담은 글을 올렸다. 말도 탈도 많았던 곳이라 새삼 눈길이 갔다. 그는 “16년간의 소망교회의 목회 여정이 끝났다”며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제 입가에 계속 맴돌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그가 헤쳐온 우여곡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튀빙겐대 신학 박사 출신인 그는 50대 초반까지 장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55세인 2003년 소망교회 담임목사로 초빙됐다. 교회 개척자이자 카리스마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곽선희 목사의 후임이었다. 김지철 목사의 설교는 차분하고 지성적인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 목사의 마지막 글에는 이런 과정에서 신자들을 마주해야 했던 뼈아픈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족한 사람이 어렵고 낙심될 때에 힘내라고, 우리가 기도하고 있노라고 위로해 주셨던 분들… 애통해하는 이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 나서신 분들… 세상에서는 소위 내로라하시던 분들이지만 교회에서는 마치 순한 어린 양처럼 순종하며 섬기셨던 분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특히 마음에 와닿는 대목은 신자들에 대한 마음의 표시였다. 그는 “제 약한 성대 탓에 예배와 설교 때마다 하는 기침에도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염려해주시고 기도해주시며 감싸주셨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이른바 ‘힘 있는 교회’ 또는 그의 조용한 성품 때문인지 몰라도 김 목사와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2014년 12월 기회가 왔다. 그가 침묵을 깨고 언론과 접촉한 것은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교계와 언론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말이다. “고소영 논란이 일었을 때 억울하기도 했지만 가만히 있었지요. 마치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이니까 흑인들이 더 역차별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거죠.”
지난해 8월 그는 같은 예장 통합 교단의 원로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에게 공개편지를 띄워 ‘교단을 떠나 달라’고 요청했다. 평소 그의 성품이나 교계 관행을 감안하면 보기 드문 ‘직격탄’이었다. 그는 이 편지에서 “세습은 아들이나 성도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라도 목사님이 결단을 내려주시길 촉구한다. 이제 조용히 통합총회를 떠나 달라. 그래야 한국교회와 총회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폭행 사건 뒤 김 목사에게서 들었다는 지인의 전언이다. “구둣발에 밟히면서 이게 내가 처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없이 낮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소망교회가 제자리를 찾은 것은 이런 마음가짐이 바탕이 됐을지 모른다.
김 목사가 16년간 걸어온 길은 개인의 목회 인생뿐 아니라 한국 교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세습의 길을 택하지 않은 대형 교회의 경우 교회를 개척한 목사와 후임 목사의 갈등이 종종 불거졌다. 고소영 사례처럼 권력자와 인연이 있는 교회와 사찰 등을 둘러싼 논란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그의 조용한 은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