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2016년부터 KT에서 뛰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지난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안타까운 것이 있다. 선수 생활 마지막 3년 동안 몸담았던 KT의 부진이다. 이진영은 2016년부터 3년간 KT에서 뛰었는데 같은 기간 동안 KT는 최하위 두 번에 9위 한 번을 했다. 지난주 서울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진영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KT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팀이다. 다만 더 좋은 팀이 되려면 좀 더 철저한 준비와 굳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 야구 인생에 만족이란 없다
이진영은 “4번 타석에 들어가 2안타를 치면 타율이 0.500이 된다. 하지만 난 2안타를 친 기쁨보다 두 번의 실패가 더 불만이었다. 다시 만날 때 당하지 않기 위해 준비했다. 수비에서도 실책을 했다면 왜 했는지 반성하고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타격 기술을 알려주진 않았다. 그 대신 “그라운드에서 나이는 상관없다. 야구장 밖에선 친한 형, 동생이라도 야구장에서는 똑같은 야구 선수이고, 넘어서야 할 경쟁자일 뿐”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심우준, 정현, 문상철 같은 젊은 선수들이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나도 매년 치열한 경쟁을 넘어섰기에 20년 동안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은퇴를 결심한 지난해에도 경쟁 속에 살았다”고 했다.
○ 자기만의 무기를 가져라
이진영의 통산 홈런은 169개다. 한 해 평균 8개 남짓한 홈런을 쳤으니 홈런 타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는 이에 대해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있다. 자기만 잘할 수 있는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타구를 그라운드 안으로 보내는 능력을 무기로 삼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삼진이 가장 싫었다. 아무런 결과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안에 공이 들어가면 안타든, 실책이든, 진루타든 결과가 나온다. 범타가 되더라도 고민할 거리가 생긴다”고 했다.
○ 국가대표에 도움 되고파
이진영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의 슈퍼 캐치로 ‘국민 우익수’란 애칭을 얻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대타로 나서 당시 일본 최고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는 “항상 연구하는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후지카와가 앞선 타자를 상대하는 걸 보고 내게 어떤 공을 던질지 알겠더라. 내가 예상했던 포크볼이 와서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회상했다. 이진영은 현역 시절 상대 투수의 버릇이나 볼 배합을 가장 잘 파악하는 선수로 꼽혔다.
그는 “최근 들어 야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올해 열리는 프리미어12와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전력분석요원으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