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이 강북 이전 기관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해 8월 19일.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 ‘옥탑방살이’를 마친 박 시장이 내놓은 강남·북 균형발전 구상을 통해서다. 서초구에 있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 강남구에 있는 서울시 인재개발원과 함께 ‘낙점’을 받았다.
이후 서울연구원은 청사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강북 8개구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고 토지와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공공부지(시유지를 비롯한 국·공유지) 등을 조건으로 후보지 6곳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 6곳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진행해 중랑구와 동대문구 부지가 다수표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연구원은 현재 시 소유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운정그린캠퍼스는 학교법인 소유여서 유상으로 임차해야 한다.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연구원 건물 한 동을 통째로 사용하지 못하고 두 개 건물 이상에 분산돼야 해 업무의 집중성과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의 한 직원은 “강북 여러 지역 중에서도 박 시장이 옥탑방 생활을 한 삼양동과 같은 강북구인 미아동이라는 것은 (박 시장의) ‘생색내기용’ 선택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전 부지는 확정된 바 없다”고 펄쩍 뛰었다. 다만 시 관계자는 “(운정그린캠퍼스는) 강북구에서 추천받은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가 자체적으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아직 서울연구원 등과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측도 “그런 소문이 있어 서울시에 확인을 요청했더니 ‘확정된 바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운정그린캠퍼스가 후보에 속한다는 얘기가 있어 내부적으로 살펴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박 시장이 옥탑방 생활을 했던 강북구를 이전 후보지로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강북구뿐 아니라 다른 강북지역 자치구에도 추천할 만한 곳이 있으면 알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원구 중랑구 등 강북구 인근 자치구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이전에 관한 특별한 절차나 규정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통해 이전할 부지가 정해지면 공유재산관리계획을 거쳐 예산을 책정하고 추진하는 일반적인 행정 절차를 밟는다. 시 다른 관계자는 “시와 해당 기관이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한 뒤 결정한다. 시가 기관에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