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왕은 안녕하시다’ 펴낸 소설가 성석제
‘왕은 안녕하시다’의 주인공 성형은 왕을 보필하겠다며 3번 가출한 성석제 작가의 먼 조상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그는 “성형처럼 이름 없이 역사의 주요 대목에서 활약한 인물을 오래전부터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번 작품은 조선 숙종 대를 배경으로 한다. 내키는 대로 살던 파락호(난봉꾼) 성형이 고귀한 세자(숙종)와 의형제를 맺으며 벌어지는 활극을 그렸다. 실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왕실 권력 다툼 등이 큰 줄기다. 그로선 2003년 장편 ‘인간의 힘’, 2006년 단편 ‘집필자는 나오라’에 이은 세 번째 역사소설.
“두 편의 역사소설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 나온다고 상상을 해왔어요. 이번 작품이 그 결과물입니다. 역사라는 1%의 뼈대 위에 99%의 허구를 더해 당대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했죠.”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레퍼런스(참고문헌)를 인용했어요. 치열하고 아름다운 조상들의 문장과 결기 어린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당대가 지금보다 우월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작가는 저열하고도 고귀한 인간을 포용의 문장으로 품어야 하니까요.”
“능소능대하게 진지와 웃음을 오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제가 잘 웃는 편이기도 해요. 어릴 때 고모 누나 여동생 등 여성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항상 시끌벅적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그 영향도 있지 싶어요.”
이제 막 책이 나왔건만 작가는 벌써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 번 역사소설에 도전한다. 고구려에서 시작한 승마 기술인 ‘박차(拍車)’가 주요 소재다. “역사 속에서 인간성, 삶의 진실한 면모 등을 살피는 작업에 요즘 매력을 느낍니다. 어릴 적 한문에 능했던 할아버지와 책 읽던 기억 때문일까요, 허허.”
그는 농한기 없는 ‘농부작가’란 별명을 지녔다. 쉼 없이 다작(多作)해서다. 요즘 50, 60대 문인들의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문단의 평가를 슬쩍 흘려봤다. 그는 “나이가 들면 자연인으로서 정신적 근력이 감소한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농부작가도 지치기 시작했을까.
“글쎄요. 여전히 숨 쉬고, 혈관에 피가 흐르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살아 있다는 게 좋아요. 못 가본 곳도, 만나지 못한 사람도, 못 쓴 이야기도 너무 많습니다. 계속 나아가서 언젠가는 ‘이제 그만 써도 되겠다’는 지점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