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통해본 무용계 트렌드 ‘히든 디멘션’ 권력앞에 위축된 약자, ‘넛크러셔’ 여성의 몸 재해석 ‘개미’ 현대인 패턴화된 삶 풍자
12, 13일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를 창작무용 작품 ‘히든 디멘션’. 게임의 형식을 차용해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풀어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무용은 몸으로 하는 예술이다. 몸이 곧 붓이요, 악기인 셈이다. 올해 한국 창작무용계도 몸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새로운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낼 준비를 마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무용 프로그램들은 이런 최신 경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무대다.
첫 프로그램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2, 13일 펼쳐지는 유빈댄스의 ‘히든 디멘션’이다. 이나현 씨가 안무를 맡았다. 거대 권력 앞에서 약자가 느끼는 사회적 불평등을 다루되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게임의 형식을 차용했다. 전방위 첼리스트 겸 현대음악가 지박의 음악이 긴장감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박은 “하프의 아름다운 선율이 갑자기 리듬을 벗어나 불협화음이 전개되고,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공존시켜 인간 내면과 사회의 모순을 동시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장은정무용단의 ‘매스? 게임!’(26, 27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역시 게임의 개념을 활용해 관습에 대항해 개인성의 회복을 주장한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여성이 다수를 구성하는 무용계에서 근래 촉발된 미투 운동과 예술가 인권 문제는 중요한 소재가 됐다”며 “난민 문제까지 여러 사회 이슈를 다양한 예술장르를 융·복합해 표현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 했다.
2, 3월에도 뜨거운 무대가 이어진다.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자 한국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애순 씨의 ‘평행교차’(2월 15∼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최진한의 ‘다운 더 래빗 홀’(2월 22∼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카프카의 동명소설에 기반한 류장현의 ‘변신’(2월 23, 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다. 피날레는 안무가 임진호의 ‘소극적 적극’(3월 15∼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이 맡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