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자 사이에서 트럼프는 하나님 선택받은 ‘키루스 2세’ 트럼프 보수적 공약에 영향 끼치고 국경장벽 건설에도 67% 찬성 트럼프, 국경장벽 대국민연설… “정치인들 책임 방기” 민주당 비난 민주당 “국민 인질로 위기 조장”
지난해 미국의 중간선거 직전 개봉한 영화 ‘트럼프 예언’의 포스터.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구약성서에서는 그가 유대인이 아니지만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로 묘사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판 키루스임을 은유하는 ‘트럼프 예언’이라는 영화도 나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의 계시를 받은 전직 소방관 얘기를 다룬 영화다. 특히 지난해 5월 이스라엘 내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무렵부터 미국 복음주의자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키루스 2세의 연결고리가 강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낙태와 동성혼 반대 등 공화당의 가치에 바탕을 둔 트럼프 행정부 핵심 정책은 보수적인 백인 복음주의자의 영향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연설 지켜보는 멕시코 국경 이민자들 8일 미국 남부 국경에서 가까운 멕시코 티후아나 이민자 보호소에서 중미 출신 이주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에서 안보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약 6조4000억 원)를 편성해 달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티후아나=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까지 무릅쓰며 장벽 건설을 고집하는 배경으로 미국 언론도 백인 복음주의 그룹의 입김을 꼽는다.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복음주의자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이끈 주역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블루칼라 지지층이 일부 사라졌지만 복음주의자 그룹의 지지는 70% 이상을 기록해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그레그 사전트는 최근 “트럼프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살아남는 길은 장벽을 찬양하는 지지층 유지에 달렸다는 걸 감지한 것이 확실하다”며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지지하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에게 갈수록 더 의존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백인 복음주의자 사이에서) ‘장벽’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토템(주술)이 되고 있다”고 썼다. WP가 인용한 기독교단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경장벽을 찬성하는 백인 복음주의자는 2016년 미국 대선 이전인 4월에는 58%였으나 지난해 9월에는 67%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