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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포토라인 거부 왜…검찰·법원 동시압박 ‘수싸움’

입력 | 2019-01-10 11:02:00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 소환 당일 검찰이 아닌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밝힘에 따라 배경이 주목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법원과 ‘사법농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 모두에 압박을 주기 위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의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직전인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다.

통상 수사를 받고 있는 중요 피의자가 소환 조사를 받게 될 경우 검찰청사 앞에서 입장이나 소회 등을 말히곤 한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검찰청사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사가 아닌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해 대법원에서의 ‘대국민 입장 발표’라는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로 맞선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 대법원에서의 입장 발표를 통해 사실상 검찰과 법원 모두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무게감 있게 거론되고 있다.

먼저 검찰에 대해서는 검찰청사 내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서 입장을 밝히는 상징적인 모습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검찰청사로 이동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청사 안에서는 오로지 조사에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공개소환 통보에 대한 반격을 내놓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검찰이 제시한 ‘포토라인’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조직 보호 논리를 통해 법원과 검찰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본인한테 유리한 결과가 발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원에 대해서는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 방침을 밝힌 김 대법원장을 겨냥했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6월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바 있다.

더욱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대법원 측에 먼저 대국민 입장 표명에 대한 요청은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게 된다면 이는 법원 내 자신의 ‘지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법원 경내 출입이 허용되지 않게 된다면 현 대법원장이 전임 대법원장을 막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이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가능성도 있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 현재 김 대법원장을 반대하고, 양 전 대법원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분명 법원 내에 있을 것”이라며 “전직 대법원장이 친정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이 이들의 결집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