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좌), 조재범(우). 사진=채널A 뉴스 캡처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38)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자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룸살롱에 가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체육계 코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약 10년 전부터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제기해 온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체육계의 성폭력 실태에 대해 언급했다.
정 교수는 “심석희 선수니까 지금 이 정도의 파장이 되는 거지, 사실 그전에 이야기 못 했던 수많은 (사건), 그리고 얘기를 했다가 바로 덮인 선수들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2010년에 전직 선수였던 제자와 연구를 했는데, 제가 (제자의) 친구들, 전 동료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한 8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처음에 모두 거절당했다”며 “굉장히 놀라워서 왜 그러냐 했더니 ‘그때 시절을 회상하고 싶지 않다’는 이런 식으로 거부를 하는 걸 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있구나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설득을 해서 한 네 분 정도를 인터뷰 했는데, 충격적인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며 “그때 코치나 감독 나이대의 어른을 보면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운동에 방해가 되고 집중을 못 한다, 그리고 운동을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이런 일이 있으면 오히려 그걸 통해서 심각한 수준의 폭행과 성폭행이 이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일부 코치들이 ‘나는 룸살롱에 안 간다. 여자 선수들이 있잖아’라고 말하는걸 봤다는 선수의 목격담과 ‘귀에다가 혀를 집어넣었다’고 말한 한 코치의 녹취록 등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이 얘기를 듣고 그냥 학위 논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논문의 형태로 발표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크게 달라지거나 반향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지금 전국민적인 관심과 분노가 (집중된 상황에서도 개선이) 안 된다면 제가 생각할 때는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도 아마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어쩌면 이런 일이 없어지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