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미국이 국제금융기구의 리더를 사실상 임명하는 관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의견을 공유하는 인물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할 경우 이 기구의 기후변화 프로그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임기를 3년 넘게 남기고 지난 7일 돌연 사의를 표시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김 총재의 사퇴가 “개인적 결정”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CNBC는 석탄 문제가 양측이 갈라서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탄 산업 부활을 정책 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세계은행은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석탄 발전 투자 지원을 줄였다.
또 지난해 12월 세계은행은 향후 5년간 2000억 달러(약 225조원)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성향과 잘 맞지 않았다.
세계은행이 1945년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예외 없이 미 재무부가 지명한 미국인이 총재직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인물이 새 총재직을 맡을 경우 빈곤 퇴치, 개발도상국 발전 등의 사명을 갖고 있는 세계은행의 명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터 맥콜리 전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총재가 세계은행 업무에 강력한 보수적 의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그 기관은 곧 신뢰를 잃게될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주의 금융기관 감시 단체 ‘마켓 포스’의 줄리안 빈센트 대표는 “기후 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지지하는 인물을 총재로 임명할 경우 세계은행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CNBC는 스리 물리아니 인도네시아 재무장관과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전(前)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콜롬비아 출신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이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소벨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회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인이, 세계은행은 미국인이 계속 이끌어 왔다”며 “이제는 바뀔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