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도부와 7번째 셧다운 협상, “완전히 시간낭비” 집무실로 가버려 “척이 문장 시작하면 낸시가 끝내”, 슈머-펠로시 30년 넘게 우정 나눠 트럼프와 협상때마다 치밀한 연습 트럼프, 인터뷰중 기자에 화풀이… “셧다운 종료 서명 왜 하나” 맹비난
강 대 강 대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위쪽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9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정책 오찬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야 지도부를 만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해결을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30분 만에 결렬됐다. 아래 사진은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왼쪽에서 두 번째)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전날 국경장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국민 연설에 대한 호평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웃으며 시추에이션룸에 들어갔다. 정확히 30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완전히 시간낭비(total waste of time)”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집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지난해 말부터 국경장벽 설치 예산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백악관에서 벌인 협상은 벌써 7번째. 협상이 결렬될 때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아무리 “셧다운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유권자들의 표와 직결되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의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은 ‘국경장벽은 필요 없다’ ‘국민들은 국경장벽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협상이 결렬된 것도 “(셧다운이 끝나) 정부 업무가 재가동되건 아니건 간에 국경장벽 예산을 줄 수 없다”는 펠로시 의장의 한마디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척과 낸시’로 통하는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이 단결된 모습으로 ‘양보 불가’를 외칠 수 있는 것은 1987년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온 우정 덕분이다.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척이 문장을 시작하면 낸시가 끝맺는다”라는 농담이 유행일 정도로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둘은 국경장벽 협상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대비해 모의 질의응답 세션까지 준비하며 치밀한 사전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대응 전략 수립 오찬을 하며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는가 싶더니 오후 ABC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또 한 번 폭발했다.
인터뷰하던 ABC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왜 연방공무원들이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셧다운을 종료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 법안)에 서명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내가 그래야 하나? 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나, 존? 당신의 왜곡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며 몰아 붙였다.
트럼프와 ‘슈머-펠로시’의 극한대결에서 판세는 ‘슈머-펠로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셧다운을 인질로 국경장벽 예산을 받아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만나 국경장벽 예산을 확보하는 대신 불법이민자 자녀들의 시민권 획득을 보장하는 ‘드리머 법안’ 서명을 민주당에 약속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