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중간성적표는
“초심 잊지 말고 협력”… 미중 수교 40주년 기념식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수교 40주년 기념식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오른쪽)이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에게 친근감을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왕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초심을 잊지 말고 협조와 협력, 안정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AP 뉴시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9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7일부터 9일까지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가 이끄는 대표단이 베이징에서 중국 관리들과 만나 양국 간 무역관계의 공정성, 상호 호혜,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USTR는 “상당한 양의 농산물, 에너지, 제품 및 기타 상품과 서비스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에 협상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웹사이트에 ‘중미 베이징에서 경제무역 문제 차관급 협상 개최’란 제목의 성명에서 “쌍방이 양국 정상의 공통 인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가운데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무역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관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기초를 쌓았다”며 “쌍방이 계속 긴밀히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은 중국에 약속 이행 시간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국 협상단은 중국 측이 특정 시간 내에 미국산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이 중국의 약속 이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압박하면서 이틀 일정의 대화가 사흘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USTR는 성명에서 “관리들은 계속적인 검증과 효과적 집행을 조건으로 내세운 ‘완전한 이행’ 합의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 약속 이행 보장과 구조개혁 문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장관급 협상 테이블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중국이 무역 관행을 바꾸기 위한 구속력이 있는 약속을 어느 정도까지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대중 강경파는 중국의 약속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나서는 USTR, 상무부, 재무부 등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우려로 침체된 금융시장을 띄우기 위해 중국과 무역협상을 신속하게 타결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해 신속한 타결이 필요하다.
양측은 22∼2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행사 기간이나 그 이후 워싱턴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고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류 부총리가 후속 협상을 위해 이달 말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측 회담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지난해 12월 1일 미중 정상이 합의한 90일(올해 3월 1일까지)의 휴전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구가인 기자